최근 전세 대신 월세를 찾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는 줄어든 전세 수요가 모두 월세 수요로 전환되는 지금 현상을 '전세의 월세화'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월세 비중이 과거 대비 얼마나 상승한 건지, 그리고 왜 전세 대신 월세 수요가 늘어나는지 이유를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계속 상승하는 월세 수요
1) 서울 아파트 월세 40% 돌파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은 2020년 평균 31.4%에 불과했지만, 작년 38.5%로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처음으로 40%를 돌파하면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2월 11일 기준 전월세 총임대 거래량은 약 21만 4,100건으로 작년보다 감소했지만, 월세 거래량은 약 8만 2,400건으로 이미 작년 거래량을 넘어섰습니다.
일부 몇 개 구가 아닌 서울 모든 구가 전반적으로 월세 비중이 상승했습니다. 월세 비중이 가장 높은 구는 51.3%를 기록한 종로구입니다. 그리고 가장 월세 비중에 크게 증가한 구는 용산구로, 작년 36.9%에서 올해 47.7%로 무려 10.8% 상승했습니다. 이외 강남구가 46.4%, 마포구가 44.9%, 노원구가 38.1%를 기록했습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와 강남구 청담동 청담 자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9,500여 세대 규모 대단지인 헬리오시티는 올해 총 1,061 전월세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그런데 이중 무려 636건 (59.5%)가 월세 계약으로, 2018년 입주 이후 처음으로 월세 거래량이 전세 거래량을 역전했습니다. 708 세대 청담 자이도 올해 체결된 166건 전월세 거래 중 92건 (55.4%)가 월세 계약이었습니다. 역시 2012년 입주 이후 전세 거래량을 처음으로 역전했으며, 48건에서 92건으로 작년 대비 무려 2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2) 비(非)아파트 월세 비중
아파트 이외 주택에서도 월세 비중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11일까지 신고된 서울 연립 및 다세대 월세 거래량은 약 37.5%(11만 4,866건 중 4만 3,129건)입니다. 작년 32.8%보다 약 5%가량 상승한 수치입니다. 단독 및 다가구 주택의 월세 비중은 훨씬 높습니다. 단독 및 다가구 주택 월세 비중은 올해 67.3%(15만 1,625건 중 10만 2,047건)로, 작년 59.9%에서 7% 이상 상승했습니다.
2. 월세 왜 증가할까
전세 수요가 감소하고 월세가 증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로 높아진 전세 대출 금리와 역전세 우려입니다. 전세 대출 이자가 몇 배로 상승하며 월세 대비 전세가 더 이상 저렴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약 만료 시 역전세가 발생하더라도 월세의 경우, 보증금을 못 돌려 받는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1) 너무 높아진 전세 대출
2년 전 0.50%, 1년 전 1.00%에 불과했던 기준 금리는 현재 3.25%까지 올랐습니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현재 4.00%이고 몇 차례 더 인상이 예정된 만큼, 한국의 기준 금리 역시 당분간 계속 상승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전세 대출 금리는 기준 금리에 연동되어 적용됩니다. 즉, 기준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전세 대출 금리도 오르게 됩니다. 2년 전 불과 2~3% 사이였던 전세 대출 금리는 현재 5~6%를 돌파하고 있습니다. 같은 전세금에 재계약을 하더라도 이전 계약 대비 최소 2배 이상 대출 이자가 발생하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금리 인상이 언제까지 될지 모른다는 겁니다. 전세 대출은 일반적으로 2년 계약이며, 6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됩니다. 내년 기준금리를 몇 차례 추가 인상하는 것은 이미 확실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전문가들은 내년 전세 대출 금리가 8~9%까지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비싸지만 앞으로가 더 비싸고, 얼마나 더 비싸질지가 예상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된다면, 이제는 월세가 전세 대비 오히려 저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월세는 인상되는 금리와 관계없이 처음 계약했던 일정한 금액만 임대인(집주인)에게 부담하면 됩니다. 전세 대비 월세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 보증금 미반환 우려
이처럼 전세 수요가 감소하면 당연히 전셋값은 하락하게 됩니다. 추가로 공급까지 많은 지역이라면 세입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하락 폭은 더 커지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전셋값은 연초 예상과 다르게 작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역전세가 발생할 경우,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집주인)이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주택을 구입했다면, 보통 계약 만료 후 새로 입주하는 세입자에게 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세입자를 못 구하거나 역전세가 발생하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겁니다.
실제로 11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 금액이 무려 1,000억 원이라고 합니다. 이는 역대 최대 금액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이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는 말입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돈이 생길 때까지 발이 묶인 채로 계속 기다려야 합니다. 만약 이직, 자녀의 학업, 결혼 등으로 반드시 이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정말 답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이런 사례가 많이 증가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사람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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